1. 인지행동치료(CBT)에 대한 창의적 접근법 소개
2. 진단 과정
3. 자기조절과 이완
4. 시각화와 심상 유도요법
5. 사회기술훈련 및 행동실험
6. 인지 재구조화와 재명명
7. 노출과 둔감화
8. 재발 방지와 강화
참조
색인
이제껏 인지행동치료(CBT) 과정에서 미술은 보조적이고 부수적인 역할에만 머물러 있었으나 심층적으로 내담자의 문제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미술 매체를 통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패트리샤 셔우드 박사의 날카로운 지적은 이 책의 번역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CBT는 내담자가 부정적인 사고를 줄이고 더 적응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돕는 행동 치료기법이다. 사고는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행동은 사고와 감정을 변화시키며 순환 관계를 이룬다. 그러나 내담자의 분노, 우울, 공포 등을 ‘시각화’하지 않는 언어 위주의 CBT는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어렵게 한다. 특히 아이들은 자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진술로 인해 부모나 관련 인물이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 있어 언어적 접근에 한계를 지닌다. 이럴때 미술은 수많은 이야기를 꺼내줄 수 있다.
미술은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정되고 작업에 창의적으로 몰입하는 과정만으로도 치료적 효과가 있지만, 내담자의 문제를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개입하기 위해서는 적정 시기에 적합한 매체와 기법의 선택이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내담자의 통찰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알게 된 기법을 실제 임상에 적용했을 때 내담자가 주 호소 문제에 안전하게 접근하고 비교적 단기간 내에 자기수용과 인식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령, 이완이나 감정 표출을 위해 많이 선택되는 점토가 CBT 시퀀스에 따라 진행될 경우 문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하고 정립해나가는 도구가 되었다. 특히 억눌린 분노, 자해, 극심한 우울 등 응급 상황과 관련한 CBT 시퀀스는 문제 탐색의 시간을 줄이고 치료의 시간에 할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트라우마가 몸, 뇌, 마음으로 연결되듯이 단면적인 접근만으로는 하나의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을 몸으로 느끼고 동작을 취해보고 그것을 이미지나 모양으로 만들고 해석하고 왜곡된 지점을 인식하고 재명명하는 일련의 과정은 미술을 통한 원형적 상징과 이미지의 힘으로 발현된다. 인지행동치료에서 변곡점을 찾기 위해 미술치료와 드라마 치료기법 등을 녹여낸 이 책은 상담, 교육, 전인적 치료, 행동 치료, 불교 심리치료, 미술치료 등 다양한 분야를 30년간 연구해 온 패트리샤 셔우드 박사의 독창성과 전문성이 담겨 있다. 이는 미술 매체에 거부감이 없고 창의성을 선호하는 내담자, 언어표현에 두려움을 지닌 아동 청소년, 미술치료사에게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모음’과 ‘자음’은 알파벳을 기준으로 제시되었기에 원어를 그대로 표기하였으나, 한국의 치료상황에서는 한글의 모음과 자음으로 적용할 수 있다. 모음은 ‘ㅏㅑㅓㅕ’ 등 소리를 낼 때 장해가 되지 않는 울림소리에 해당하며 자음은 ‘ㄱㄴㄷㄹ’ 등 발음 기관에 의해 장해가 되는 소리다. 여기서 자음은 ‘기억’, ‘니은’이 아닌 ‘그’, ‘느’, ‘드’, ‘르’ 등으로 발음하되 공기가 막히는 소리인 점을 참고하도록 한다. 문장 내 ‘동작’과 ‘제스처’에서, ‘movement’는 동작으로, ‘gesture’는 제스처, 몸짓 등 문장 내 뉘앙스에 따라 다르게 표기하였다.
한 권의 책에는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열정과 땀이 있음을 번역을 거듭할수록 체감하게 된다. 몇 번의 수정과 감수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역자의 몫이다. 학계와 대중을 위해 의미 있는 책을 발굴하는 임경수 과장님과 김수진 편집자님, 책의 얼개를 위해 애써주신 강미연 편집자님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애써 주시는 군자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22년 12월
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