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한 강의록을 정리하고자 한다. 몸에 대한 의미와 몸에 대한 생각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풀어내고자 한다.
몸이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자연이다’라고 말한다.
건축가이자 의사인 브레드보오그는 자연을, 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연은 최고의 설계를 했다.
자연의 모든 설계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자연이 일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하고 독단적이며 꼴사납게 우리 자체의 것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그것을 흉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설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 우리에겐 단지 그것에 대한 이해만이 필요할 뿐이다.
“아파 죽겠는데, 뭐 자연을 이해하고 흉내 내라고” 한가한 소릴 한다며 냉소적으로 변할 게 뻔하다. 맞는 말이다.
아픔이 우리의 인식체계로 들어서게 되면 어느 누구도 아픈 곳으로부터 초연할 도리가 없다. 아픈 이유 따위는 묻지 않는다.
그저 몸의 중심은 아픈 곳으로 향할 뿐, 진통을 위한 노력밖에는 없다. 이렇게 통증이 사라지면 언제 아팠냐는 듯 잊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복귀하고 또 다시 아파지면 이를 반복한다.
광기의 일반적인 정의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우리는 덧난 통증에 미친 기세로
또 다시 인상 찌푸리고 화를 내고 그것이 잠잠해지기만을 바랄 것이다. 아픔의 원인 따위는, 몸에게 일어나는 자연
스런 통증의 반란은 뒷전인 채 다시 통증을 꺾으려는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할 뿐이다.
본래 통증은 라틴어 ‘poena’에서 유래 된 말로서 신성한 보복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가 주는 벌, 페널티다.
벌은 저질러진 일에 대한 결과이고 잘못에 대해 그만큼 되돌려 주는 보복을 의미한다. 벌은 운이 없어 겪는 우연이
아니며, 그처럼 가벼이 끝나는 것 또한 아니다.
몸에게 내려진 벌이 일상의 고통과 고립, 그리고 일상으로부터의 추방을 낳아 피하고 싶지만 벌은 잘못에 대한 대
가인 동시에 금지를 위해 가혹하다. 벌은 해야만 할 숙제를 하지 않아 받게 되는 교훈으로, “왜” 무릎을 꿇고 의
자를 들고 손바닥이 화끈거리게 맞았던 이유를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하지만 통증 앞에선 우리는 그저 그 순간을
모면하기에 급급하다. 고통을 마비시키고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나기만을 소망한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왜 낫지 않느냐’고 허망한 하소연만 늘어놓고 이 병원 저 병원에, 이름 난 의자(醫者)들
을 찾아 헤매며 드라마틱한 한 방을 쫓고 있다. 너무 짙은 절망의 몸을 부여잡고서.....
왜일까? 감기몸살은 계절이 바뀌고 면역이 바닥일 때 의례히 앓게 된다. 몸은 계절이라는 자연에 순응할 준비 시간
을 필요로 하고, 지친 몸을 쉴 수 없어 병이 주는 휴식으로 지쳐있는 몸을 쉬게 한다. 현실은 이러한 자연스런 이
해보단 서둘러 일상의 복귀를 위해 투쟁처럼 병을 앓게 한다. 다시 아파진다면 더 강력한 방법을 찾아 감기몸살을
이겨내려 하며 공격적으로 저항한다. 그렇게 자연(몸)이 주는 경고(감기몸살)는 독단적이며 꼴사나운 의지에 의해
무시당하기 일쑤다.
감기몸살에 대한 몸이라는 자연은 이렇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온몸은 두들겨 맞은 듯 쑤셔온다. 목구멍이 부
어 침을 삼킬 때마다 고통스럽다. 가까스로 내뱉는 호흡은 답답하고 가쁘다. 고열이지만 춥다. 며칠에 걸쳐 이 모
든 과정을 끙끙 앓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다.
알고 있듯, 감기약은 없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코는 막히고, 온몸이 쑤셔 온다는 각각의 증상에 대한 처방일 뿐이
다. 감기몸살이 네메시스가 주는 벌이라면, 이 흔하디흔한 감기몸살이 정작 주고자하는 몸에 대한 교훈은 무엇일
까? 무엇에 대한 대가이고, 무슨 잘못에 대한 금기를 알리고 싶은 것일까?
감기몸살은 병(illness)이라는 핑계로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밝게 흩어지는 아침 햇살이 방 한 가득
채울 때까지 늦은 아침을 맞이해도 좋다. 작은 몸짓 하나에도 사방으로 흩어지는 먼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애써 보
이지 않는 먼지 쪽으로 고개 돌려 숨을 셔보지만 막힌 코로 숨을 쉬기란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냄새 없는 밥 알
갱이를 입안 여기저기로 옮기고 옮기지만 까끌한 모래알과 같이 찌걱거릴 뿐이다. 대충 으깬 밥알은 부은 목구멍을
찢듯 거칠게 쓸어버리고 가까스로 넘겨버린다. 간간이 들려오는 개 짓는 소리도, 무엇을 팔려는 지 스쳐 지나가는
확성기소리도 메아리처럼 가까워졌다 사라진다. 손등에 차오른 파리한 정맥혈이 도드라져 더없이 여리고 시려 보이
기까지 한다. 누워만 있어서일까, 좀처럼 위로 올라오지 못한 정맥혈이 고여 부은 발로 내딛은 바닥의 느낌은 두툼
하면서도 먹먹하다.
알아서 셔졌던 숨처럼 냄새도, 맛도, 소리도, 몸에 닿는 모든 것의 감각들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감기몸살을 앓는
늦은 아침의 이 모든 경험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만큼은 어제의 일상과 다른 낯선 감각들이다.
익숙하여 알아채지도 못한 감각들이 처음처럼 낯설다. 답답한 호흡에 관심을 갖는다. 허겁지겁 어둡고 비어있는 뱃
속을 채우기 위해 넘겼던 음식 덩어리는 냄새를 잃고 하나하나 쪼개어지는 순간들을 느끼며 삼킨다. 내내 있었겠지
만 듣지 못했던 소리도 이제는 들려오고, 따사로운 햇볕은 피부를 타고 온 몸으로 펴져가는 감각을 느낀다.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과 아기의 걸음마처럼 조심스럽지만, 푹신한 발바닥의 접촉은 그리 나쁘지 않다.
이처럼 감기몸살은 마치 알에서 막 깨어 맞이하는 세상처럼, 모든 감각을 새롭게 한다.
보는 것, 숨 쉬는 것, 냄새 맡는 것, 맛보는 것, 듣는 것, 접촉하는 촉각이 처음 맞이하는 감각처럼 새롭게 한다.
이해는 인정과 수용을 납득시킨다. 우선 바라봐 주고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이해를 통한 인정과 수용은 시작된다.
몸이라는 자연의 이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가장 흔한 감기몸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몸에서
일어나는 사건(event)을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과정도 없이 이해한 것처럼, 서둘러 포기해 버리고 단정짓고 내게 다
시는 없을 것처럼 버려지기를 소망한다.
감기몸살은 무뎌져만 가는 몸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경고하는 회초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습관처럼 앓는
성가신 병이 되어버렸다. 소중한 교훈을 가치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을 때 그 다음은 뻔하다. 더 가
혹하고 더 처절한 응징만이 기다리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감기몸살은 예방주사나 다름없다. 저자는 감기몸살이라는 병이 존재하는 이유처럼 또 우리에게서 사라지면 안 될
소중한 병처럼, 몸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와 알아야 할 것,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몸이라는 자연의 이해를 말하
고자 한다.
본서는 몸과 마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자연스런 바라보기와 알아차림에 대한 수순을 밟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
금 일어나고 있는 몸에 대한 사건(event)을 이해하고 인정과 수용으로 더 나은 몸의 건강을 포용하려 한다. 그렇게
몸이라는 자연으로 걷기가 시작될 때, 브레드보오그의 말처럼 이 또한 독단적이며 꼴사나운 짓은 아닐까 걱정이지
만, 몸에 대한 지금의 왜곡이 아쉽기에 용기내어 이 글을 써본다.
저자 약력
박용남
• 휴내리치료교육센터 소장
• Touch & Movement Drawing Academy(TMDA) 회장
• 수원여자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겸임교수
• 강원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외래교수
배영숙
• 가천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목차(contents)
I. 제Ⅰ장 고통을 마비시키는 게 좋은 걸까?
1. 죽어도 좋으니,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2. 일상의 통증은 급성일까, 만성일까?
3. 두 가지 통증 Ⅰ
4. 두 가지 통증 Ⅱ
5. 나쁜 습관의 몸, 통증으로 되찾다. Ⅰ
6. 나쁜 습관의 몸, 통증으로 되찾다. Ⅱ
7. 몸 만을 기억하는 반사(Reflex) Ⅰ
8. 몸 만을 기억하는 반사(Reflex) Ⅱ
9. 통증자극으로부터의 과잉반응 Ⅰ
10. 통증자극으로부터의 과잉반응 Ⅱ
제Ⅱ장 몸, 알아야 할 것들
1. 몸, 그 움직임 ─── 몸통
(1) 이빨사이에 낀 토마토 껍질
(2) 나무에 등을 왜 칠까?(구조의 움직임)
(3) 등의 두 얼굴(신경학적 움직임)
(4) 목과 허리 디스크 ‘등’에서 답을 찾다.
(5) 길어서 슬픈 목과 허리
(6) 일자 목(동이 이는 목)
(7) 몸통 운동은?
2. 몸, 그 움직임 ─── 팔 다리
(1) 안는 사랑, 차는 이별 Ⅰ
(2) 안는 사랑, 차는 이별 Ⅱ
(3) 팔다리의 역학적 벌
(4) 손은 뇌, 다리는 손을 위한 도구 Ⅰ
(5) 손은 뇌, 다리는 손을 위한 도구 Ⅱ
(6) 손은 새로운 것을, 다리는 옛 것을 Ⅰ
(7) 손은 새로운 것을, 다리는 옛 것을 Ⅱ
(8) 거북이와 같은 몸, 토끼와 같은 팔다리
(9) 지팡이
(10) 반신욕
(11) ‘O’다리 Ⅰ
(12) ‘O’다리 Ⅱ
(13) 산(山)과 같은 몸, 관(棺)과 같은 마음 Ⅰ
(14) 산(山)과 같은 몸, 관(棺)과 같은 마음 Ⅱ
(15) 팔다리 운동; 108배 Ⅰ
(16) 팔다리 운동; 108배 Ⅱ
(17) 팔다리 운동; 108배 Ⅲ
3. 좌우가 있는 몸
(1) 링컨대통령 얼굴은 심한 좌우 불균형 Ⅰ
(2) 링컨대통령 얼굴은 심한 좌우 불균형 Ⅱ
(3) 아수라 백작
(4) 링컨과 아수라 백작의 싸움
(5) 몸이 한 쪽만 더 아픈 이유 Ⅰ
(6) 몸이 한 쪽만 더 아픈 이유 Ⅱ
(7) 디스크, 개미의 힘으로 무너지다.Ⅰ
(8) 디스크, 개미의 힘으로 무너지다.Ⅱ
제Ⅲ장 일상을 보지 않는 병원과 치료
1. 수술과 비수술의 싸움
2. 5분에 바뀌는 몸의 역사 Ⅰ
3. 5분에 바뀌는 몸의 역사 Ⅱ
4. 도수치료의 가치 Ⅰ
5. 도수치료의 가치 Ⅱ[이병동치(異病同治)-동병이치(同病異治)]
6. 우두둑
7. 우두둑의 중독
8. 이러다 말았는데! Ⅰ
9. 이러다 말았는데! Ⅱ
10.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Ⅰ
11.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Ⅱ
12.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Ⅲ
13.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Ⅳ(로커보행) - 전신적 영향
14. 환자의 자유는 없었다(치료시간). Ⅰ
15. 환자의 자유는 없었다. Ⅱ
16. 자고 일어났더니 목을 돌릴 수가 없어요. Ⅰ
17. 자고 일어났더니 목을 돌릴 수가 없어요. Ⅱ
18. 유지만으로도 훌륭한 치료에요. Ⅰ
19. 유지만으로도 훌륭한 치료에요. Ⅱ
20. 유리 몸 Ⅰ
21. 유리 몸 Ⅱ
22. 변화
제Ⅳ장 몸, 해야 할 것들(운동에 대한 상식)
1. 마음 따로, 몸 따로 운동
2. 운동과 일의 차이
3. 자극과 반응 사이 Ⅰ
4. 자극과 반응 사이 Ⅱ
5. 자극과 반응 사이 Ⅲ
6. 코, 입 그리고 호흡
7. 흉식 호흡도 좋은 호흡
8. 빨개진 얼굴 Ⅰ
9. 빨개진 얼굴 Ⅱ
어울리는 치료
걷기
운동을 할 때...